연구원소개캠퍼스 소개교육과정현지연수출판기획뉴스,공지
제목 [월간 커피앤티 6월호] 차(車)로 상처받고 차(茶)로 위로 받은 스리랑카 여행 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6-06-01
조회수 2070
예약희망 일/시 0601

 [월간 커피앤티 6월호]



캔디의 산길은 달콤하지 않아

차(車)로 상처받고 차(茶)로 위로 받은 스리랑카 여행 ⑴

글 박윤영 티랩 단정한오후 대표


지난 겨울의 끝자락, 지루하기만 한 겨울과 잠시 안녕하고 시간을 날아 열대의 나라 스리랑카에 다녀왔다.

한국티소믈리에 연구원 출신 17명의 티소믈리에들과 함께한 차 산지 답사여행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고지대와 저지대 구분
나에게 스리랑카에서의 일주일은 차(Car)때문에 상처받고 차(Tea) 덕분에 힐링하는 시간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스리랑카는 가까운 거리도 한참을 걸려 기다시피 차가 오가 고 또 너무 덜컹거리다 보니 없던 멀미 병이 생겨 차만 타면 구토증 세와 함께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멀미를 누르 며 다원에 도착하면 향기로운 차 향과 차 맛에 반해서 고생스런 여 정은 싹 잊어버리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게 스리랑카의 기억 은 그렇게 상처와 힐링의 반복으로 온 몸에 새겨졌다. 공항에 도착하자 열대의 열기가 제일먼저 일행을 반긴다. 그리고 이어진 현지 여행사의 환대. 아름다운 꽃 목걸이를 한 사람 한 사 람에게 걸어주며 ‘아유보완’이라는 인사말로 인사한다. 전세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현지 가이드 싸씨크 씨가 마이크 를 잡는다. 그의 차 설명은 일정 내내 고지대이냐 저지대이냐의 분류로부터 시작되었다. 유창한 한국어로 그는 “캔디는 미들그론 (Middle grown)입니다”라고 안내를 시작했고, 우리를 태운 버스 는 첫 목적지인 캔디를 향해간다. 스리랑카 중남부 산악지대와 고원지대는 힐 컨트리(Hill Country) 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힐 컨트리는 고도에 따라 300m~600m 에 위치한 저지대(law grown), 600m~1200m의 중지대(Middle Grown), 1200m~1800m의 고지대(High Grown)로 분류된다. 우리가 이번 답사 기간 동안 돌아보게 되는 다원과 차 공장들 도 모두 이 힐 컨트리에 있다. 우리는 중지대의 캔디(kandy)와 딤 불라(Dimbula)를 거쳐 고지대인 누와라엘리아(Nuwara Eliya) 를 지나 다시 중지대인 우바(Uva)로 내려서 저지대의 라트나푸라 (Ratnapura)를 방문하게 된다.

실론 티의 위대한 시작, 룰레콘데라 다원
첫 방문지인 캔디의 룰레콘데라(loolecondera) 차 공장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험했다.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돌이켜보니 이곳으로 가는 여정이 가장 험난했다.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캔디의 풍광을 기대했던 내겐 다소 실망스러운 풍경들이 창 너머로 펼쳐졌다. 좁은 도로가로 모래먼지가 날리고 오래된 집들과 상가들과 거리의 쓰레기들이 뒤엉켜있는 마을들을 통과하는 시간이 지루했다. 스리 랑카에 오기 전 상상했던 드넓은 차 밭과 때묻지 않은 자연은 나 타나지 않았다. 캔디 시내를 출발해 3시간여를 좁은 도로를 기다시피 달렸다. 차 가 멈추고 이제야 도착하나 싶었는데 툭툭(스리랑카의 교통수단 중 하나로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에 나눠 타고 다시 산길을 가 야 했다.

 

 


 

뒤늦게야 알게 된 캔디라는 지명의 진실. 캔디는 스리랑카어 산을 뜻하는 ‘칸드’를 발음하기 어려웠던 영국인들이 캔디라 부르면서 지 금까지 캔디라는 지명으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온통 험한 산 골인 캔디지역을 나는 달콤한 사탕처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툭툭을 타고도 한참을 달려 도착한 룰레콘데라. 차공장으로 들어 서는 입구에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의 동상이 있었다. 이곳 이 바로 스리랑카에 스코틀랜드인인 제임스 테일러가 1867년 스리 랑카에 첫 차나무를 심고 처음으로 상업용 차를 재배한 시배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 깊은 산속에 위치한 룰레콘데라 공장 역시 스리 랑카의 첫 차 공장이라고 한다. 제임스 테일러가 첫 수확한 차는 8kg이었다고. 공장 입구에 도착하니 화단마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아름답다. 주 위는 고요하고 새소리만 크게 들린다. 그리고 공장 건물로 다가 갈 수록 공장 건물 전체가 거대한 차 통 같은 착각이 엉뚱하게 떠올랐 다. 건물에서 차 향이 진하게 풍겼기 때문이다. 공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2층 짜리 운치 있는 목조건물이다. 밖은 햇살이 따사롭고, 공장 안은 기분 좋게 서늘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의 소리도 정겹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경 있었는데 공장은 가동하고 있지 않았다. 유난히 고요했던 이유다. 보통 아침 일찍부터 오 후 무렵까지 차를 따고 오후 4시경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공장 을 가동해 차를 만든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차 제조과정을 직 접 볼 수 없었지만 공장 관계자의 친절한 설명이 각 과정마다 이 어져 아쉬움이 덜했다. 차 만들기는 모아진 찻잎을 옛 방식대로 큰 대바구니를 도르래를 통해 2층 위조(withering: 찻잎 시들 리기)실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2층 전체가 위조를 위한 시 설인데 거대한 위조대 위에 찻잎을 풀어놓고, 큰 팬을 돌려 수 분을 날려보낸다. 55%의 수분만 남기는데 보통 위조는 8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위조가 끝나면 2층 바닥이자 1층 천장에 뚫어져 있는 구멍을 통해 사람이 일일이 찻잎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아 래에 모아진 찻잎은 유념(rolling: 찻잎 비비기)기로 들어가는데 이 공장의 유념 시간은 30분 정도이다. 이어 산화(oxidation), 건조(Firing), 분류(grading) 과정의 기계와 설비 등을 둘러보 았다. 우리의 공장 투어는 티 테이스팅룸에서 마무리되었다. 완 성된 차를 테이스팅 하는 시간. 진하게 우린 테이스팅용 티를 한 숟가락 입 속에 넣으니 풋풋한 싱그러움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길기만 했던 어제, 오늘의 피로감이 사라진다. 테이스팅 티는 삼 키기보다 뱉기 마련이지만, 너무나 차가 갈급했던 나머지 테이스 팅은 안중에 없고 삼키기 바쁘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캔디 시내로 돌아온 시간은 저녁 7시. 시내 에서도 한참을 어두운 길을 달린다. 도착한 곳은 아마야 힐스 (amaya hills)호텔.  굽어진 길을 아슬아슬 오르는 차에 다시 멀미 증세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리고 문득 ‘이 호텔이 정말이 지 이름 값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힐 컨트리에 힐스 호텔 이라니.


티옥션 최고가 기록한 다원 케닐워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언덕에 자리 잡은 호텔 앞으로 놀라운 장 관이 펼쳐진다. 여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안개의 바다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몽환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홍차와 곁들인 아침식사를 하자니 슬슬 스리랑카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힘을 내 딤불라를 향해 출발했다. 딤불라는 하이그론 지역으 로 유명한 케닐워스(Kenil worth) 다원이 속해있는 지역이다.  케닐워스 다원으로 들어서자 아찔아찔한 길 옆이 모두 차 밭이다. 무척 깨끗하고 잘 정돈된 차 밭이 인상적이다. 케닐워스는 티 옥션 에서 가장 비싸게 값 매겨지는 차라고 한다. 현재 19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40년 전부터 사용했던 기계로 정통방식의 제조 방법을 쓰고 있다고. 스리랑카에서 ISO인증을 최초로 받은 공장 이기도 하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위조는 그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시간 과 온도를 달리하는데, 맑은

날은 10시간에서 16시간 위조를 해 40%~50%의 수분을 제거한다. 위조한 찻잎은 유념기로 보내지 는데 앞서 방문한 룰레콘데라와 마찬가지로 2층 바닥에 뚫어진 구멍을 통해 1층으로 찻잎을 내려 보내고 그것을 아래쪽에서 사 람이 받아 유념기에 넣는다. 그들에겐 고된 노동이겠지만, 기계 화, 현대화된 요즘에 보기 힘든 정겨운 모습인듯하다. 유념을 마치면 산화를 시작하는데 그전에 유념한 잎들을 분류하 는 작업한다. 유념이 덜 된 것을 분류하여 다시 유념하기 위한 분 류이다. 유념을 끝낸 찻잎을 2시간 40분 동안 그대로 두어 산화를 한다. 산화 후에는 120°c에서 21분간 건조하고, 최종 분류를 끝낸 후 포 장으로 마무리한다. 케닐워스는 공장 내부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공장 곳 곳에는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들을 카메라 대신 눈을 따라가며 안내인들의 설명을 듣자니 그들의 차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케닐워스를 나와 찾아간 곳은 스리랑카의 차 브랜드 믈레즈나 (Melezna)가 운영하고 있는 티캐슬(Tea Castle).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향긋한 홍차가 나왔다. 언덕 위에 자 리한 티 캐슬의 햇살 좋은 테라스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 며 천천히 차를 마셨다. 낯선 나라에서 차 한잔이 가져다 주는 익숙하고도 여유로운 기분 에 잠겨 다시 한번 마음속에 차에 대한 감사가 샘솟았다. Coffee&Tea